[인터뷰] 임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초대 원장

“폐업을 줄이는 것이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궁극적 목표”

박진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1/19 [13:15]

[인터뷰] 임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초대 원장

“폐업을 줄이는 것이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궁극적 목표”

박진영 기자 | 입력 : 2020/01/19 [13:15]

【산수화기자단=경인데일리】“폐업을 줄이는 것이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궁극적 목표입니다. 우선 어렵고 잘 몰라서 지원을 못 받는 사람들이 없게 할 것입니다.”

 

▲    임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

 

임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초대 원장의 야무진 포부다.

 

임 원장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갈아치운’ 첫 행정 업무는 이른바 ‘문서놀음’이었다. “뭐 하나 지원받으려고 하면 구비서류를 준비하는 데만도 4대보험가입증명서다, 지방세완납증명서다 해서 그 무슨 증명서만 9가지나 됐다”며 그조차도 혀를 내둘렀다. 싹 다 없앴다고 했다. 

 

이것을 임 원장은 전형적인 ‘이재명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니 “지사님에게 혼나지 않고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임 원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인연은 지난 2010년 민선5기 성남시 ‘이재명호(號)’의 출항에서부터이니 꼬박 10년이다. 그는 이 지사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그때는 성남이 재밌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지원 정책을 막 쏟아내는데 담당자인 그로서는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임 원장은 이 지사를 따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경기도로 올라왔다. “저도 닮아버린 거죠. 다른 분을 모시고 일하는 게 좀 이상하더라고요.”

 

임 원장은 성남시에서도, 경기도에서도 전통시장, 자영업 관련 업무만 했다. 다른 일은 손도 대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임 원장은 민선7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첫 번째 산하기관인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초대 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은 ‘골목상권·전통시장의 혁신성장 지원으로 서민경제 활성화 기여’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경기도 시장상권의 희망을 열어가는 혁신·성장의 플래너’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임 원장을 17일 오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원장실에서 산수화기자단이 만났다.

 

-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지난 2019년 10월 출범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목표가 있다면?

 

일단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영업자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돕는 방식은 조직과 공간에 투자를 많이 하려고 한다. 개별적 지원보다는 조직이나 공간을 정해 놓고 투자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실행 방식으로는 어려워서 몰라서 지원을 못 받는 사람들은 없게 할 것이다. 맨 처음 한 일이 구비서류를 거의 없애는 일이었다. 4대보험가입증명서, 지방세완납증명서 등등 무슨 증명서가 9가지 정도나 됐다. 다 없앴다.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신청이 가능하게 했다. 선별 후 교부되는 시점에서 세금 완납 여부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영환경개선을 위해 1500곳에 30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 그런데 자격을 갖추지 못한 30~40군데를 걸러내기 위해 신청서를 전부 다 받는 것이었다. 무슨 증명서가 그렇게 많으냐고 했다. 

 

직원들 설득하기가 힘들었다. ‘나중에 자격이 안 되면 어떻게 하느냐?’ ‘소상공인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별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진 하나만 봐도 다 안다. 테이블 5개 깔린 점포에서 하루에 300만원을 벌겠냐? 10억 미만, 5인 미만 사업장이다’라고 설득했다. 

 

먼저 신청서를 받고 나중에 걸러내는 방식으로 하니 상인분들이 정말 좋아하신다.

 

구비서류 중에 최초 신청서류라는 게 있다. 자택주소, 이메일, 추진 배경, 추진 계획, 기대 효과 등등을 적게 돼 있다. 나도 못 쓰겠더라. 다 빼라고 했다. 왜 신청하는지 3줄 정도만 쓰고 사진이나 한 장 붙이게 했다. 

 

이렇게 하니 상인분들이 정말 좋아하신다. 잘 쓴 사람은 주고 못 쓴 사람은 안 주고 하는 게 아니다. 장사 오래 하셨는데 한 번도 지원 못 받은 분이 1순위다.

 

궁극적으로는 폐업을 줄이는 게 꿈이다. ‘활성화’라는 단어도 쓰지 마라고 했다. 폐업만 막아 봐라, 10만 원 벌던 거 12만 원 벌게 만들자고 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같은 조직을 만들면 보통 철밥통 만들었다고 욕을 먹는데 칭찬을 듣고 기대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너무 기대를 하시니 부담이 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출범한 것이라 더 그렇다.

 

- 일하는 스타일이 이재명 지사 스타일과 닮아 있는 듯하다 

 

그렇다. 이런 메시지는 전형적인 지사님 스타일이다. 지사님은 한정된 자원을 잘 나눠 활용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절차 까다로운 것은 싫어하신다. 대신에 마지막 정산할 때는 세금 다 냈는지 꼼꼼하게 파악하면 된다.

 

이것이 지사님 스타일이다. 그러니 지사님에게 혼나지 않고 일하는 것이다. 

 

저는 성남시에서 전통시장, 자영업 관련 업무만 했다. 다른 일은 손도 안 댔다. 경기도에서도 이 업무만 했다. 경기도에서 지역화폐 만들고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만들고 자영업 정책 바꾸는 일을 했다.

 

-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서는 경영지원센터를 통해 전통시장·소상공인의 경영 애로에 대한 통합처방과 함께 창업부터 성장, 폐업, 재기까지 생애주기별 원스톱(One-Stop) 해결책을 지원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인력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인력 모집 절차도 만들고 강사 풀도 통합해서 만들고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자체적인 인력 양성과정도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골목상권 매니저다. 지금 25명 정도 있다. 지역에서 자라고 학교 다니고 부모와 같이 사는 20~30대 청년을 뽑으라고 했다. 그들은 뒷골목에 무엇이 있는지까지 다 안다.

 

자영업자들을 보면 모두 우리 엄마 아빠 수준이다. 청년 매니저들이 이런 저런 지원사업이 있다고 안내를 하면 마음이 바로 열려버린다. 무장해제된다.

 

청년 매니저 25명이 그렇게 골목상권 조직 203곳을 만들었다. 상인회를 1~2개 만드는 것도 너무 힘든 데 말이다. 이것은 저에게도 칭찬해주고 싶은 것이다.

 

성남시상권활성화재단을 만든 지 8년차다. 경기도는 이제 만든 셈이다. 경기도 31개 시·군마다 하나씩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알려줄 데가 필요하다. 소상공인들이 지원을 받고 싶어도 모른다. 콜센터를 만드는 것도 바로 그 이유다. 어디 전화라도해서 물어볼 데가 있어야 하다. 융자를 받든 폐업을 하든 자식에게 물려주든 말이다.

 

지금은 일부러 언론 플레이도 하고 이러한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다. 구비서류 없앴으니 신청들 많이 하시라는 것이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많이 알려져야 한다.

 

 

-골목상권 특히 로드숍을 살리는 정책은 특별하게 없는 듯하다. 이에 대한 대안이 있다면?

 

사각지대가 있다. 메인 도로 뒤편 8m 이면도로에는 세탁소, 이발관, 슈퍼 등이 모여 있다. 아파트 단지 상가에는 피아노 학원, 검도 학원, 컵밥집 등 30여 개가 모여 있다. 그들에 대한 지원은 누가 해주나? 그래서 골목상권 조직사업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분당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에 가보니 상가가 30개 정도 있더라. 매니저가 찾아가서 번영회는 있나? 누가 장사한 지 제일 오래 됐나? 물었다. 모아서 창립총회를 했다.

 

창립총회를 하면 세무서에서 고유번호증을 만들 수 있다. 경기도형 골목상권 조직이 된 것이다.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컨설팅, 교육, 견학, 마케팅 등을 진행하면서 최소한 6개월 동안은 헤어질 수 없게 만들었다.

 

안산의 한 골목상권 조직 사례도 있다. 전부 장사한 지 20년 이상 됐는데 조직이 없었다. 상인회 조직을 만들었다. 그동안 왜 혼자 외롭게 장사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후회를 하시더라. 자기들끼리 끈끈하게 만들어주니 정말 좋아하시더라. 좋아 죽는다고 하시더라.

 

이 사업도 확대하고 계속 업그레이드해 나갈 예정이다. 골목상권 조직을 꾸리고 대학 10군데, 단체 10군데 등 공모해서 붙여주려고 한다. 돈을 꼭 많이 써야 되는 게 아니라 이리저리 엮으면 되는 게 많다.

 

소상공인기본법을 보면, 이번에 골목형 상점가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소상공인이 있는 아파트 상가들도 법정단체처럼 등록을 할 수 있다. 시설환경개선사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조직된 200개 조직을 여기에 그대로 붙일 것이다. 모두의 조직과 공간에 투자한다는 개념이 여기서 오는 거다. 단체에 1000만 원 지원해주면 무엇이든지 만들어 내더라. 계속 조직하고 키워낼 생각이다.

 

- 최근 부산시 도시재생지원센터와 상생발전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의 성격이 다른데..

 

이번 상생발전협약이 다른 17개 시·도에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 도시재생하면 선입견이 있다. 마을만들기만 하려고 한다. 상업지역까지는 내려오지 않는다.

 

대부분 마을이라고 하면 아파트 단지가 아니기 때문에 상권과 겹쳐 있다. 준주거지역에도 골목상권이 다 형성돼 있다. 그 부분을 잘 모르더라.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혼용돼야 도시로서 기능할 수 있다. 상업지역이 몰락하면 당장 저소득 가구가 몰려있는 구도심의 후생이 확 떨어진다. 세탁소가 없어지면 더 먼 데로 가야 한다. 슈퍼가 없어지면 다른 단지로 멀리 가야 한다. 그 지역 후생을 안정시키는 것은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분당 아파트 단지 상가 임대료가 비싸다고 하는데 70~80만 원이다. 단지 내 상가는 저자본 창업자들의 좋은 창업지다. 로드 상가가 훨씬 비싸다. 투자 가치나 성공 가능성 낮다고 보는데 계속 붐 업해 줘야 주민들도 그 지역 상가를 이용하고 아파트 값도 오른다.

 

부산시 도시재생지원센터와는 성남에서 만났다. 말이 나오자마자 10일도 안 돼 상생발전협약을 맺었다.

 

우리가 부산에서 배울 게 더 많다. 부산에는 엄청난 콘텐츠가 있다. 경기도는 도시지역, 도동지역, 농업지역, 해안지역 등 정말 많은 테스트 베드가 있다. 우리 경기도에서 실행해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는 것들이 다른 시·도에는 좋은 샘플링이 될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경기도 지역화폐를 들 수 있다. 경기도 지역화폐는 경기도지사가 발행자가 아니다. 발행권을 31개 시·군에서 가지고 있다. 각 시·군 특색에 맞게 다 다르다.

 

다른 시·도에서 경기도를 벤치마킹하는 이유다. 각 시·도 특성에 맞는 것을 고르면 된다. 지금은 부산과 광주에서도 지역화폐를 발행한다. 지역화폐는 다 경기도에서 출발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기본소득에 지역화폐를 결합시키고 있다

 

그렇다. 아동수당 10만 원도 기본소득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본소득에 지역화폐를 붙이고 있다. 아동수당을 지역화폐로 주면 그 돈이 밑바닥까지 돌 것이다.

 

지금 성남에서는 아동수당 10만 원에 시 예산 2만 원을 합쳐서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성남시 지역화폐 1000억 원이 다 밑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기본소득이라는 말이 어렵긴 하다. 하지만 다음은 기본소득 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다. 저비용으로 고품질의 상품이 생산되며 돈도 많이 벌고 세금도 잘 걷힐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자동차가 혼자 다니니 기사식당도 없어질 것이다. 전기차가 많아지니 엔진오일 교환하는 경정비업소도 사라질 것이다. 누군가는 제품을 사아 하는데 돈이 없게 되는 것이다.

 

- 가벼운 질문도 하나 드리겠다. 인기 유튜버 장덕대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이유는?

 

장덕대가 용문천년시장 공유마켓에서 팽이대회를 열었다. 아이들이 100명이나 왔다. 아이들을 따라 엄마, 아빠도 왔다. 한 집안이 10만 원을 넘게 쓰고 가더라. 아이들 추우니 어묵도 사먹는다. 커피도 사먹는다. 오전에 예선이 끝나면 오후에 결선을 하니 점심도 시장에서 사 먹는다.

 

그래서 경기공유마켓은 공약으로 만들었다. 올해 제대로 해볼 것이다. 그래서 장덕대를 홍보대사로 한 것이다.

 

- 마지막으로 자영업자를 포함해 경기도민에게 한말씀

 

지금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직원이 54명이다. 성남시상권활성화재단은 18명이다. 한마디로 가랑이가 찢어진다. 18명이 1년에 2천 명을 못 만난다.

 

그런데 경기도 같은 경우는 54명이 수십만 명을 어떻게 만나나? 그래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욕심이 좀 있는데, 정부와 경기도 예산 상당부분이 이쪽으로 쏠려야 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폐업이란 것이, 경제적으로 좀 어려워졌네 정도가 아니라, 재난이 돼 버린 것이다. 정부의 예산과 지원에 있어서 할 것이 명확하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서 10만 원 벌던 거 갑자기 100만 원 벌게는 못 한다. 지역화폐를 통해 돼지 열병이 터지든 AI가 터지든, 어떻게든 버틸 수준으로 매출을 올리도록 노력할 것이다. 

 

자영업이 정말 외롭다. 외롭지 않게 만들어드리고 싶다. 장사가 어려워지면 장모님에게도 전화드리기 민망하고 형제들에게도 전화하기 어렵고 친구들과 자연스레 연락도 끊긴다.

 

장사도 안 되니 손님도 안 온다. 조용히 있다가 ‘임대’라는 딱지 붙이고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게 자영업이다. 이것이 폐업의 현재 모습이다.

 

그래서 골목상권을 조직하면서 문 밖으로 끌어내려는 것이다. 끌어내서 붙여놓으려는 것이다. 가게 문 밖에 있는 동료인 주변 상인들과 끈끈하게 묶어주려는 것이다.

 

워라밸을 느끼게 해주고, 동네를 따뜻하게 해주고, 그래서 떠나기 싫어 지키고 싶도록 해주려는 것이다.

 

* 이 기사는 산수화기자단 공동취재 기사입니다. 산수화기자단은 경기타임스, 경인데일리, 경인투데이, 뉴스파노라마, 뉴스Q, 투데이경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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